[]‘나’와 ‘나들’을 만나기 위해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속마음산책.jpg작년에 없던 고민이 올해에는 생기고, 어제 없던 고민이 오늘에서야 들쑥날쑥 튀어나오기 일쑤다. 분명 친구가, 동료가, 상사가, 가족이 내게 실수했다고 생각했던 일도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혹시.. 나인가?’하며, ‘나’라는 존재를 계속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나’에게 ‘나’가 골칫거리가 되었을 때, 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기계발 서적이나 강연 연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종종 보일 때마다 눈과 마음이 머무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산책>. 가볍게,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볼 거리를 소개할 때 ‘인문학산책’, ‘갤러리 산책’ 과 같은 이름을 붙이곤 한다.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팁으로는 ‘가벼운 산책’이 가장 용한 처방이라고들 한다. 한참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마음의 안정과 회복에 도움을 주는 그림으로 클로드 모네의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을 추천받고 보니 더 확실하다. ‘나’로 살아가며 겪는 골칫거리가 산책을 하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실리콘밸리 혁신 인물로 꼽히는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닐로퍼 마첸트(Nilofer Merchant)는 ‘나’를 죽이는 행동으로 ‘엉덩이’를 꼽는다.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9.3시간을 앉아 있는데 이는 수면시간인 7.7시간보다 많다는 것이다. 앉는다는 행동이 너무나 익숙해서 얼마나 앉아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마치 우리 세대에서 흡연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어색하지만 큰마음을 먹고 제안을 했다. “내일 저랑 산책하면서 회의하실래요?”. 이 전에는 건강을 챙기거나, 주어진 책임을 다 하거나,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수 백 번의 산책 회의를 하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한다.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밖으로 나오게 되면, 놀랍게도, 굳어진 생각의 틀에서도 탈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밖의 자연이든, 운동 그 자체이든 분명히 그렇다고 한다. 

 

<속마음산책>에서는 ‘나와 ’나들‘이 만나 비판, 조언, 충고, 판단하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 공감자 또는 화자가 되어 산책에 참여할 수 있다. 화자가 사연을 사전에 보내고, 매칭 된 공감자는 사전에 미리 사연을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 만난 둘이 서울숲을 약 한 시간가량 천천히 걷다 보면, 처음에 느꼈을 왠지 모를 불안감, 어색함은 서서히 녹아든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알기에 이야기를 하고, 듣고, 나누는 온 마음들이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분명 푸르른 잎새들과 살랑이는 바람결을 타고 여러 감정이 올라오게 될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나는 나로서 충분하구나‘ 하는 마음이 퍽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리는지, 허구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태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때면 흐드러지게 핀다.”고. 당신과 함께 걷고 싶다.’나‘와 ’나들‘을 만나기 위해. 

 

글 : 공감인 속마음프로젝트 원솔이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