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착하지 못한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 위해
그림책 『나는 발차기 중』(이혜원 글·그림, 브와포레)을 읽고
작성자 : 달꽃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그림책 원고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동안, 내 원고는 몇 번이나 같은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펼쳐보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준비라고 부르면 조금 아름답게 꾸미는 것 같고, 멈춤이라고 부르면 그 안에서 지나온 마음들이 지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실패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던 7월, 지난해 나온 그림책 『나는 발차기 중』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수영장에서는 모두 같은 끝을 향해 갑니다. 누군가는 금세 물살을 가르고, 누군가는 한참 동안 제자리인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발차기 중』의 아이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못하는 것도, 느린 것도 모두 일부러 그러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물귀신을 만난 척,
블랙홀에 빠진 척,
파도를 타는 척하느라 바쁘다고요.
아이가 정말 일부러 느리게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라는 말을 골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 말을 변명으로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느림을 부족이나 실패라고 부르는 대신, 물귀신과 블랙홀과 파도가 나타나는 시간으로 바꾸어놓았으니까요.
같은 수영장을 건너도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나아갔는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움직임이 없어 보여도 그 안에서는 실망과 기대와 두려움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자꾸 수영장의 끝을 바라봅니다. 누군가는 벌써 도착했고, 나는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거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 시간,
내게 닥친 물살을 통과한 시간,
다시 숨을 고르고 발을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당신이 지나고 있는 물살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지금의 시간을 무엇이라고 부르고 있나요?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지금 ______의 시간을 지나는 중입니다.”
지금 떠오르는 말로 빈칸을 천천히 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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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지내던 7월, 지난해 나온 그림책 『나는 발차기 중』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수영장에서는 모두 같은 끝을 향해 갑니다. 누군가는 금세 물살을 가르고, 누군가는 한참 동안 제자리인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발차기 중』의 아이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못하는 것도, 느린 것도 모두 일부러 그러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물귀신을 만난 척,
블랙홀에 빠진 척,
파도를 타는 척하느라 바쁘다고요.
아이가 정말 일부러 느리게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라는 말을 골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 말을 변명으로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느림을 부족이나 실패라고 부르는 대신, 물귀신과 블랙홀과 파도가 나타나는 시간으로 바꾸어놓았으니까요.
같은 수영장을 건너도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나아갔는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움직임이 없어 보여도 그 안에서는 실망과 기대와 두려움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자꾸 수영장의 끝을 바라봅니다. 누군가는 벌써 도착했고, 나는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거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 시간,
내게 닥친 물살을 통과한 시간,
다시 숨을 고르고 발을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당신이 지나고 있는 물살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지금의 시간을 무엇이라고 부르고 있나요?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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