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당신을 위한 공감] 나만의 언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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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언어사전


작성자 : 움


며칠 전부터 휴대폰 저장공간이 가득 찼다는 알람이 자주 떴습니다.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며칠을 미루다가, 어느 날 휴대폰을 열었습니다. 256GB 중 117.08GB가 사진이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사진이 수천 장입니다. 예쁜 것을 보았을 때, 여행을 갔을 때,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싶을 때, 누군가를 담고 싶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하나씩 지우려고 사진을 넘기다 보니 조금 다른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날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도 아닙니다. 그저 어느 순간, 나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던 장면들입니다. 왜 찍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사진들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어떤 날들을 기록하기 위해 찍은 사진은 삭제할 수 있지만, 이런 사진은 삭제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종종 이유를 알 수 없는 순간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고,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장면들. 어쩌면 그 순간은 나의 마음이 불쑥 나에게 말을 걸어온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건조대에 널어 말리던 수건을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환하게 눈부시면서도 처연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단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흰’. ‘희다’가 아닌, ‘흰’이어야만 합니다. ‘흰’ 하고 소리 내어 보았습니다.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담고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흰’이라는 글자를 가운데 두고 떠오르는 단어들을 펼쳐봅니다.


흰- 저항, 포용, 두려움, 오염, 회기, 수건, 햇살, 웃음소리, 재잘거림, 킁킁, 담다, 빛, 반사, 까슬, 햇볕, 냄새, 나플나플, 두둥, 뭉클, 원망, 눈부시다, 이별.....

 

이 중에서 ‘흰’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저항’, ‘담다’, ‘눈부시다’를 고릅니다. 이 단어들을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하나의 문장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지만, 아무것이나 담지 않겠다는 눈부신 저항


국어사전 속 ‘희다’와 다른 뜻이 생겼습니다. 나만의 ‘흰’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언어사전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떠오르는 단어가 다르고, 같은 말을 들어도 마음에 닿는 의미가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편안함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속박이거나 아픔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이야기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내가 느끼는 것을 정확한 말로 옮기는 일도 어렵고, 상대의 말을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나의 마음이 나에게 건네는 말조차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잠시 멈춰, 내 마음이 보내는 알람을 들어보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사진은 단순히 기억을 저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 순간 내가 무엇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남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잠시 사진첩을 열어보세요. 수많은 사진들 사이, 어느 틈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마음을 만나보세요.
오래 눈길이 머무는 한 장의 사진을 찾아보세요.


○ 사진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첫 번째 단어를 적어보세요.
○ 그 단어를 중심으로 마음속에 이어지는 단어들을 자유롭게 펼쳐보세요.
○ 세 개의 단어를 골라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보세요.


당신의 언어사전 한 페이지를 기다립니다.
잠시 머물렀던 사진 한 장, 떠오른 단어 하나, 작은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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