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이 신제품 총을 사야 한다거나 탱크 수리비가 필요하다고 돈을 보내 달라는 경우, 약간의 변형은 있지만 아직도 있다네요.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미분용 계산기와 적분용 계산기 값을 타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피식 웃으며 금방 감을 잡을 만한 상황입니다.
어떤 이는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부모님이 자신의 허무맹랑함을 뻔히 알면서도 돈을 주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답니다. 그의 고백은 부모 된 자의 고충으로 이어집니다.
부모의 처지가 되어보니 총을 사달라는 것처럼 황당한 요구의 실체가 훤히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저간의 사정을 헤아리다 보면 내색하지 않고 속아줘야 하는 때가 있다는 거지요. 자식들 처지에서는 정교한 내적 논리가 제대로 통한 한판승이라고 느끼겠지만요.
살다 보면 나이, 지위, 경험, 직업 등의 요인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치 부모님처럼 훤히 볼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은 ‘훤히 볼 수 있는 이’의 날선 비판이나 지적이 아니라 아량(雅量)입니다. 속으로, 씩 한번 웃어 주거나 어깨 한번 두드려주면 그것으로 그만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알고도 속는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라고요. 어쩜 그게 아량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요. 하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고무줄 같은 아량을 발휘하다간 패가망신합니다. 백 프롭니다.
- 마음주치의 정혜신·이명수 『홀가분』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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