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왜 분란을 일으켜?”
과장님이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 질렀습니다. 순간 숨이 가빠지며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들키고 싶지 않아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스케줄 조정이었습니다.
제주도로 이주해 마트 캐셔로 일한 지 1년. 5명이 4교대로 근무하는데, 저에게 다들 꺼리는 마감이 몰렸습니다. 이번 달도 9번의 마감이 잡혀 조정을 요청했지만 다들 비슷하게 일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7개월간의 마감 횟수를 직접 세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40~50번, 저는 66번이었습니다. 결국, 부장님께 면담을 요청해 공평한 방안을 찾았는데, 그것 때문에 일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스케줄 조정해 달라고 한 게 분란을 일으킨 거예요?”
“제일 늦게 들어왔으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누군가 스케줄을 바꿔 달라고 하면 흔쾌히 바꿔주고, 궂은일에도 앞장섰습니다. 마음이 상해도 웃으며 지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고성이 매장까지 새어 나가자, 사장님께서 들어오셨고, 상황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후 이틀 동안 휴무였습니다. 다시 출근했을 때의 어색한 공기와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이 겁났습니다.
두려움은 오래전 초등학교 교실 한구석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던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아버지께서 군인이셔서 전학을 자주 다녔는데, 새로운 학교에 갈 때마다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친해지면 헤어지고, 다시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외롭다는 단어를 알기 전부터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만둘까?’ 부장님이 난처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은 그렇게 헤아리면서,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를 먼저 살피다 오해의 말에 상처받으면 모든 관계를 끊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마음을 마주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며, 저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단단해져 있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때도 이겨냈는데, 40대 후반인 내가 못 이겨내겠어? 난 나를 지키겠어!’
어깨가 펴졌습니다. 혼란스럽던 머릿속도 잠잠해졌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관계의 그물망 안에서 나는 어디쯤 있을까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정작 나는 맨 뒷전에 세워 놓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오래, 깊이 맺어야 할 관계는 결국 나 자신과의 관계였습니다. 나와 잘 지내보려 합니다. 나에게도 애써 주려고 합니다. 혼자 도시락을 먹던 아이에게 수시로 말해주면서 말입니다.
“수틀리면 빠꾸! 나 항상 여기 있어. ”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대사 中
오늘 ‘나의 언어사전’의 단어는 ‘관계’입니다. 당신에게 ‘관계’는 어떤 의미인가요? (by 움)
여전히 더운 8월입니다. 그래도 신기하지요. 입추가 지나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자연은 이렇게 자신의 때를 알고 있습니다.
요즘 저의 화두는 '독립'이에요. 내 품속 아기가 어느새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그때가 온 것이겠지요. 짐 챙기는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첫'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그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처음 품에 안던 날, 첫 옹알이, 처음으로 서던 날... 기쁨과 슬픔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더니, 이제 알 것 같아요. 장면들이 차곡차곡 겹치더니 어느새 흐릿해집니다. 코끝이 찡해옵니다. 훌쩍이는 내 곁에 가만히 서서 안아주는 아이를 보니 이제는 나의 독립의 때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마주 잡은 손을 놓으면 더 먼 곳까지 품을 수 있게 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러니 저는 더 슬퍼하려고 합니다. 충분한 애도는 분명 새로운 나로 서는 그 출발점이 되어 줄 테니까요.
혹시 구독자님도,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계신가요? 또 그와 동시에 새로운 어떤 때를 맞이하고 있으신가요? 끝인 줄 알았던 자리에서 출발하는 어떤 시작. 공감레터가 늘 곁에서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겠습니다.
- 린린 드림
요즘 내 삶에서 서서히 떠나보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또 그와 동시에 나를 찾아온 새로운 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왜 분란을 일으켜?”
과장님이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 질렀습니다. 순간 숨이 가빠지며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들키고 싶지 않아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스케줄 조정이었습니다.
제주도로 이주해 마트 캐셔로 일한 지 1년. 5명이 4교대로 근무하는데, 저에게 다들 꺼리는 마감이 몰렸습니다. 이번 달도 9번의 마감이 잡혀 조정을 요청했지만 다들 비슷하게 일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7개월간의 마감 횟수를 직접 세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40~50번, 저는 66번이었습니다. 결국, 부장님께 면담을 요청해 공평한 방안을 찾았는데, 그것 때문에 일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스케줄 조정해 달라고 한 게 분란을 일으킨 거예요?”
“제일 늦게 들어왔으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당황했습니다. 누군가 스케줄을 바꿔 달라고 하면 흔쾌히 바꿔주고, 궂은일에도 앞장섰습니다. 마음이 상해도 웃으며 지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고성이 매장까지 새어 나가자, 사장님께서 들어오셨고, 상황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후 이틀 동안 휴무였습니다. 다시 출근했을 때의 어색한 공기와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이 겁났습니다.
두려움은 오래전 초등학교 교실 한구석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던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아버지께서 군인이셔서 전학을 자주 다녔는데, 새로운 학교에 갈 때마다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친해지면 헤어지고, 다시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외롭다는 단어를 알기 전부터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만둘까?’ 부장님이 난처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은 그렇게 헤아리면서,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를 먼저 살피다 오해의 말에 상처받으면 모든 관계를 끊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마음을 마주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며, 저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단단해져 있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때도 이겨냈는데, 40대 후반인 내가 못 이겨내겠어? 난 나를 지키겠어!’
어깨가 펴졌습니다. 혼란스럽던 머릿속도 잠잠해졌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관계의 그물망 안에서 나는 어디쯤 있을까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정작 나는 맨 뒷전에 세워 놓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오래, 깊이 맺어야 할 관계는 결국 나 자신과의 관계였습니다. 나와 잘 지내보려 합니다. 나에게도 애써 주려고 합니다. 혼자 도시락을 먹던 아이에게 수시로 말해주면서 말입니다.
“수틀리면 빠꾸! 나 항상 여기 있어. ”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대사 中
오늘 ‘나의 언어사전’의 단어는 ‘관계’입니다. 당신에게 ‘관계’는 어떤 의미인가요? (by 움)
[속마음산책] 서울숲에서 털어놓는 나의 진짜 이야기
누구에게도 다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마음속에 쌓여 갈 때가 있습니다. 속마음산책은 서울숲에서 90분 동안 공감자와 1:1로 걸으며 마음에 쉼표를 찍는 시간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한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깊은 속마음을 마주해 보세요. 산책이 끝날 때쯤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계속 일상을 이어갈 힘을 얻게 될 거예요.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G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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