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속마음버스에 탑승하다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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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대했던 이벤트였다. 사실 좀 민망했다. 그동안 딱히 쌓아둔 것 없이 지내왔지만, 막상 사연을 보내려고 하니 어떤 이야기든 써졌다. 새벽 감성에 취해 500자를 꽉꽉 채운 사연을 보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예약 당일이 다가올수록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친구와 마주 앉아 누군가 읽어주는 나의 글을 같이 듣는다... 생각만으로도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도 잘 몰랐기에, 혹시 그 사연을 버스 안 모두가 함께 듣게 되는 건 아닌지,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다 듣고 계시는 분이 있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그 어색함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당일이 되니 더 떨렸다. 그나마 버스의 쾌적한 실내와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가 내 긴장감을 좀 풀어주는 듯했다. 괜히 어색했던 친구의 얼굴을 보기에도 한결 편안했다.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앞에 놓인 다과와 만들어주신 음료를 즐기며 우리는 그 공간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버스를 실제로 타기 전까지는, 버스에 타도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어색하기도 하고, 평소에 해왔던 주제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 보였다. 이어폰을 꽂고 사연을 함께 들을 때도 어색함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장이 꼬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버스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 때문인지 결국 대화를 시작하게 되더라. (걱정했던 일 – 사연을 크게 듣는 등 – 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나도 상대방도 말을 이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말을 끊지 않고 상대의 말을 가만히 듣는 경험이 꽤 새롭게 느껴졌다. 평소에 상대의 말을 묵묵히 들어준 적이 생각보다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 1시간 반가량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든 생각은 ‘후련하다’였다. 우리는 크게 쌓아둔 것은 없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것들, 궁금하지만 물을 수 없었던 것들, 괜히 조심스러웠던 부분들 등등에 대해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로를 좀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나와 함께 버스를 탔던 친구는 ‘속마음버스까지 가는 길은 어려웠지만 버스에서 나오는 길에는 참 편안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보면 좋을 듯하다. 물론 속마음버스까지 오는 길은 힘들지 몰라도 후회할 것 같지는 않다. 확실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글 : 공감인 고등인턴 서지예, 이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