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청년

2021-03-04
조회수 1669
공감인x알파라운드 <마음:온 우리편>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낯선 이에게 내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부담스럽고 어색합니다.
속 깊은 감정이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고민을 나누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요.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입니다. 청년으로 또는 그냥 '나'로 그리고 '우리'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시간 가운데  각기 다른 일상을 보내며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고민과 힘듦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마음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다독이기 위해 용기를 내어 모였습니다.

이번 시간은 청년 일자리 연계와 청년자립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알파라운드'와 '공감인'이 청년들이 스스로의 존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존중받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갖는 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온라인 zoom 화상 채널에서 얼굴을 비치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사전에 집으로 보내드린 마음:온 키트 소품을 가지고 치유테이블을 멋지게 꾸며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해보고 40초 자기소개도 하며 진지한 대화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실명을 밝히지 않고 각자가 정한 닉네임을 가지고 서로를 지칭하며 요즘 나의 마음은 괜찮은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치유테이블

<마음:온 우리편>은 익명으로 보내준 참여자의 사연을 뽑아서 읽어본 후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질문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나눠보며 진한 대화를 이어가게 됩니다. 더불어 5개의 감정카드를 사용하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반응해주고 공감을 건네봅니다.

'공감해요 저도 그런 적 있어요'

'당신이 옳아요'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어요'

'화가 나요 또는 답답해요'

',,.' 쉼표 쉼표 마침표가 적힌 흰색카드는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때 내비치는 카드입니다.

#감정카드

#오늘의 이야기


솔직한 마음이 담긴 사연을 들으면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툭 올라오기도 하고, 꽁꽁 감싸 놓았던 내 모습을 다시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연은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보고 고민했던 일이라 맞장구를 치며 끄덕였습니다. 반면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아픔을 들었을 때는 어떤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없는 어려운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그럼 그 타인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런 것이 없다면 그저 그 이야기와 감정을 들어주는 것뿐이라는 것, 그 들어주기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 참여자 쟤
 

이야기를 들으면서 채팅방에 써주신 참여자 쟤 님의 소감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없을 때는 섣부른 위로나 조언 보다는 그저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담담히 기다려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적어주셨습니다. 

평소에 공감이라고 자부했던 말들 속에 불필요한 충고 조언 평판이 들어가 있었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슬픔과 불안이 각자의 속도대로 흘러가는 것을 끝까지 바라봐주는 일이 공감이었습니다.


3시간 동안 12명의 청년이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라는 위안도 느꼈고 내 마음을 속속들이 펼쳐보다 보니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일렁임도 갑자기 몰려왔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감은 어떤 것인지 질문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안에 벌어지는 생각과 일들에 대해 온전히 집중해보는 시간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귀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눠주고 진심으로 소통해주신 참여자분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 : 공감인 매니저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