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표현했다. 생각보다는 행동이 빨라서라고 했다. 두 번째 인터뷰 주자인 박영주 치유활동가 얘기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실천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겐 맘프로젝트에 참여한 순간부터가 엄청난 도전이었고, 그녀 개인의 도전은 또 프로젝트에 큰 힘을 가져다 주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3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 두고 이제는 자연의 몸으로 살고 있는 박영주라고 합니다.
Q. 자연의 몸으로 사는 건 어떠신가요?
A. 사실 그 전에는 정말 힘들고, 바쁘고, 어렵게 살아왔거든요. 눈코뜰새 없던 날들이 지나가고 이제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안정감이 생기고 새로운 방향성도 생기는 것 같고 그러네요. 삶이 소중해졌다고나 할까요?
Q. 처음에 맘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A. 친한 후배의 권유로 참여했어요. 자살률이 높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어보는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한 거죠. 처음부터 저는,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활동가로서 활동을 해나가야 되는 일이라고 들었어요. 취지에 동의가 되서 참여하겠다고 결심을 했죠. 일정 중에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여행도 다 포기했어요. 여행은 일시적인 것이고, 맘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내가 해나가야 할 활동이라고 그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에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참여하면서는 좀 어떠셨나요?
A. 저는 첫날부터 막 울었어요. 저뿐 아니라 저희 조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랬죠. 처음에 영상을 틀어줄 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방송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봐서 프로그램들에 대한 감각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취지나 컨셉에 맞추어 너무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거에요. 그래서 치부라면 치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얘기가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게 뭐지' 하는 그 강한 느낌. 아름답고 따뜻했어요.
Q. 강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어떤 점들이 그렇게 느껴지셨을까요?
A. 굉장히 정성스럽게 짜여진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명함에 있는 이야기를 제외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이라든가, 도입 영상이라든가,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그저 따뜻한 차를 따라주는 거라든가, 시로 마무리를 한다든가,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셨을까요?
A. 5회차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다른 사람의 사연을 읽게 되었는데, 사연을 읽는 그 짧은 순간에 제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그 경험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아마 그 순간 때문에 제가 계속 이 맘프로젝트에 몰입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맘프를 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있으셨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조금 더 저를 잘 들여다보게 된 것. 그리고 무엇보다 딸하고의 관계인 것 같아요. 여러 군데에서 양육에 대해 교육을 받았지만 일반적인 부모-자식 관계를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맘프를 하고 나서 아이를 정말 완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는 마음을 물어봐주기 시작했죠. 사건이나 생각은 물어봐줬는데 마음은 물어봐준 적이 없었거든요.
Q. 그럼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은 특정한 대상이 있다면요?
A.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가하는 제약이나 기대가 있잖아요. 그것들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서나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남성에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이렇게 마음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나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치유활동가님께서 생각하는 ‘공감’은 어떤 걸까요?
A. 공감이라는 게 함께 느끼는 거잖아요. 함께 느끼려면 우선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춰줘야 하겠죠. 그리고 그 거울이 흐려지지 않게 잘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하겠고요. 더불어서 촘촘한 체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경험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체가 있으면 더 공감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완벽히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는 것들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Q. 맘프로젝트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저도 이 프로젝트에 작은 씨앗을 뿌렸는데, 그 씨앗이 10년을 맞이했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씨앗을 뿌렸기 때문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치유활동을 못하고 있을 동안에도 늘 응원하는 마음뿐이었어요. 실제로 제 주위에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지인들이 있는데요, 저는 그분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았거든요. 완전히 뒤바뀐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변화의 단초는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이 활동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지식과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거울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치유의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것처럼, 치유활동에도 완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 ‘맨발'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다.
(정리: 오혜민)
‘맨발'.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표현했다. 생각보다는 행동이 빨라서라고 했다. 두 번째 인터뷰 주자인 박영주 치유활동가 얘기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실천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겐 맘프로젝트에 참여한 순간부터가 엄청난 도전이었고, 그녀 개인의 도전은 또 프로젝트에 큰 힘을 가져다 주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3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 두고 이제는 자연의 몸으로 살고 있는 박영주라고 합니다.
Q. 자연의 몸으로 사는 건 어떠신가요?
A. 사실 그 전에는 정말 힘들고, 바쁘고, 어렵게 살아왔거든요. 눈코뜰새 없던 날들이 지나가고 이제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안정감이 생기고 새로운 방향성도 생기는 것 같고 그러네요. 삶이 소중해졌다고나 할까요?
Q. 처음에 맘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A. 친한 후배의 권유로 참여했어요. 자살률이 높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어보는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한 거죠. 처음부터 저는,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활동가로서 활동을 해나가야 되는 일이라고 들었어요. 취지에 동의가 되서 참여하겠다고 결심을 했죠. 일정 중에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여행도 다 포기했어요. 여행은 일시적인 것이고, 맘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내가 해나가야 할 활동이라고 그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에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참여하면서는 좀 어떠셨나요?
A. 저는 첫날부터 막 울었어요. 저뿐 아니라 저희 조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랬죠. 처음에 영상을 틀어줄 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방송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봐서 프로그램들에 대한 감각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취지나 컨셉에 맞추어 너무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거에요. 그래서 치부라면 치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얘기가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게 뭐지' 하는 그 강한 느낌. 아름답고 따뜻했어요.
Q. 강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어떤 점들이 그렇게 느껴지셨을까요?
A. 굉장히 정성스럽게 짜여진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명함에 있는 이야기를 제외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이라든가, 도입 영상이라든가,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그저 따뜻한 차를 따라주는 거라든가, 시로 마무리를 한다든가,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셨을까요?
A. 5회차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다른 사람의 사연을 읽게 되었는데, 사연을 읽는 그 짧은 순간에 제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그 경험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아마 그 순간 때문에 제가 계속 이 맘프로젝트에 몰입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맘프를 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있으셨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조금 더 저를 잘 들여다보게 된 것. 그리고 무엇보다 딸하고의 관계인 것 같아요. 여러 군데에서 양육에 대해 교육을 받았지만 일반적인 부모-자식 관계를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맘프를 하고 나서 아이를 정말 완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는 마음을 물어봐주기 시작했죠. 사건이나 생각은 물어봐줬는데 마음은 물어봐준 적이 없었거든요.
Q. 그럼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은 특정한 대상이 있다면요?
A.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가하는 제약이나 기대가 있잖아요. 그것들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서나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남성에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이렇게 마음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나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치유활동가님께서 생각하는 ‘공감’은 어떤 걸까요?
A. 공감이라는 게 함께 느끼는 거잖아요. 함께 느끼려면 우선 상대방을 거울처럼 비춰줘야 하겠죠. 그리고 그 거울이 흐려지지 않게 잘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하겠고요. 더불어서 촘촘한 체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경험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체가 있으면 더 공감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완벽히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는 것들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Q. 맘프로젝트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저도 이 프로젝트에 작은 씨앗을 뿌렸는데, 그 씨앗이 10년을 맞이했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씨앗을 뿌렸기 때문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치유활동을 못하고 있을 동안에도 늘 응원하는 마음뿐이었어요. 실제로 제 주위에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지인들이 있는데요, 저는 그분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았거든요. 완전히 뒤바뀐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변화의 단초는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이 활동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지식과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거울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치유의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것처럼, 치유활동에도 완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 ‘맨발'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다.
(정리: 오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