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동안 한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져 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이 늘 궁금했다. 이제는 너무나 흔해져버린 ‘마음 돌봄’ 프로그램인데도, ’마음:온’ 프로젝트는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이하 맘프로젝트)’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시민에 의한 치유릴레이’를 표방해왔다. 수직적 치유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수평적 치유 방식을 추구한 것이다. 10년 전, 그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한 24명의 사람들이 있다. 치유의 씨앗이 된 ‘맘프로젝트 1기’ 수료자들을 이제 만나보려 한다.
첫 번째 주자는 양두환 치유활동가. 그는 한때 공감인 사무국 상근자로도 활동할 만큼 공감인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공감인의 감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10년 전에 맘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양두환이라고 합니다. 잘 사는 게 저의 삶에 이유였던 시절에 프로젝트를 만나게 됐죠.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Q. 지난 10년은 치유활동가님에게 어떤 날들이었나요?
A. 10년 동안 굉장히 힘들고 머리 아픈 일들도 많았어요. 제가 겪은 일을 얘기하면 ‘너 어떻게 살았냐’ 하고 누가 물어볼 정도일 걸요? 맘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시기를 견뎠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맘프로젝트를 하면서 제 안에 어떤 힘 같은 게 생겼고, 그래서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는 제가 된 것 같아요.
Q. 맘프로젝트가 치유활동가님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힘이 되어 준 걸까요?
A. 일단, 저를 몰아세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도 된다는 지지와 응원, 그런 것들이 참 힘이 되었죠. 저는 참여자로 있을 때보다도 치유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얻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고민을 할 때쯤이면 다른 활동가분들이 늘 우레와 같은 응원을 보내주었죠. 그러면서 ‘이게 맞나’ 하고 생각하던 저에서 ‘뭐, 이 정도면 잘했네’ 하고 생각하던 저로 바뀌었죠. 한 마디로 말하면 저에 대한 믿음, 그런 게 좀 생긴 것 같아요.
Q. 그럼, 처음에는 맘프로젝트를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A. 그 당시 오래 다니던 직장이 있었는데, 그때 참 힘들었어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러면서 우연히 정혜신 선생님을 알게 되었죠. 팬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진행하는 행사를 다니면서 안면이 생기게 되었고, 그러다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게 되었죠. 낯설었지만, 그 낯설음을 그래도 잘 견뎠더니 지금과 같은 순간이 오네요.
Q. 아까 치유활동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기억 나는 일이 있으실까요?
A. 한번은 저랑 같이 진행하는 선생님께 제가 가이드를 드린 적이 있었어요.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그런데 그 분이 그 분만의 방식으로 너무 진행을 매끄럽게 하시는 거에요. 끝나고 나니까 ‘내가 잘난 체 했구나’, ‘안 해도 되는 얘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께 사과를 드렸어요. 그 이야기를 당시 커뮤니티 게시판에 써서 올렸죠.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또 지지를 보내주시는 거에요.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는데 사과를 바로 건네고 또 이 얘기를 공유까지 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시는 것 같았어요. 그 뒤로는 제가 누구한테 사과하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 제 나이 또래의 남성이 주는 일반적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정형화된 사람에서 내가 조금 벗어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하죠.
Q. 이 프로그램을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이 있으시다면요?
A.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요. 빠짐없이 다 해봤으면 해요. 사실 혼자서 그런 상상을 많이 하기도 해요. 저 사람이랑 테이블에 앉아서 맘프로젝트 때처럼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Q. 치유활동가님이 생각하는 ‘공감’은 무엇인가요?
A. 듣는 거죠. 잘 듣고, 또 잘 물어봐야죠. 그러면 공감은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공감해봐야지’ 하고 억지로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은 100% 바로 알아채요. 진심을 다해 듣고, 궁금해하면 그냥 공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나게 돼요. 한번은 속마음버스에 공감자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처음 보는 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어요. 잘 듣고 잘 질문했던 결과 아닌가 싶어요. 한번씩은 그 분이 잘 지내는지, 생각나기도 해요.
Q. 치유릴레이가 10년을 맞이했는데, 그 시작을 함께하신 분으로서 어떤 기분이 드세요?
A. 사실 되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거잖아요.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그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생각해요. 벌써 10년인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10년을 해왔을까 싶기도 하고,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해야겠다 싶기도 해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맘프로젝트의 원동력에 대한 의문점은 자연스레 풀렸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10년간 어떤 순간들을 지켜내고 이끌어내고 견뎌준 사람에 의해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또 다른 10년을 꿈꾸는 지금, 맘프로젝트가 다시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에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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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한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져 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이 늘 궁금했다. 이제는 너무나 흔해져버린 ‘마음 돌봄’ 프로그램인데도, ’마음:온’ 프로젝트는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이하 맘프로젝트)’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시민에 의한 치유릴레이’를 표방해왔다. 수직적 치유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수평적 치유 방식을 추구한 것이다. 10년 전, 그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한 24명의 사람들이 있다. 치유의 씨앗이 된 ‘맘프로젝트 1기’ 수료자들을 이제 만나보려 한다.
첫 번째 주자는 양두환 치유활동가. 그는 한때 공감인 사무국 상근자로도 활동할 만큼 공감인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공감인의 감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10년 전에 맘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양두환이라고 합니다. 잘 사는 게 저의 삶에 이유였던 시절에 프로젝트를 만나게 됐죠.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Q. 지난 10년은 치유활동가님에게 어떤 날들이었나요?
A. 10년 동안 굉장히 힘들고 머리 아픈 일들도 많았어요. 제가 겪은 일을 얘기하면 ‘너 어떻게 살았냐’ 하고 누가 물어볼 정도일 걸요? 맘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시기를 견뎠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맘프로젝트를 하면서 제 안에 어떤 힘 같은 게 생겼고, 그래서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는 제가 된 것 같아요.
Q. 맘프로젝트가 치유활동가님에겐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힘이 되어 준 걸까요?
A. 일단, 저를 몰아세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도 된다는 지지와 응원, 그런 것들이 참 힘이 되었죠. 저는 참여자로 있을 때보다도 치유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얻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고민을 할 때쯤이면 다른 활동가분들이 늘 우레와 같은 응원을 보내주었죠. 그러면서 ‘이게 맞나’ 하고 생각하던 저에서 ‘뭐, 이 정도면 잘했네’ 하고 생각하던 저로 바뀌었죠. 한 마디로 말하면 저에 대한 믿음, 그런 게 좀 생긴 것 같아요.
Q. 그럼, 처음에는 맘프로젝트를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A. 그 당시 오래 다니던 직장이 있었는데, 그때 참 힘들었어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러면서 우연히 정혜신 선생님을 알게 되었죠. 팬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진행하는 행사를 다니면서 안면이 생기게 되었고, 그러다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게 되었죠. 낯설었지만, 그 낯설음을 그래도 잘 견뎠더니 지금과 같은 순간이 오네요.
Q. 아까 치유활동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기억 나는 일이 있으실까요?
A. 한번은 저랑 같이 진행하는 선생님께 제가 가이드를 드린 적이 있었어요.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그런데 그 분이 그 분만의 방식으로 너무 진행을 매끄럽게 하시는 거에요. 끝나고 나니까 ‘내가 잘난 체 했구나’, ‘안 해도 되는 얘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께 사과를 드렸어요. 그 이야기를 당시 커뮤니티 게시판에 써서 올렸죠.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또 지지를 보내주시는 거에요.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는데 사과를 바로 건네고 또 이 얘기를 공유까지 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시는 것 같았어요. 그 뒤로는 제가 누구한테 사과하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 제 나이 또래의 남성이 주는 일반적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정형화된 사람에서 내가 조금 벗어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하죠.
Q. 이 프로그램을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이 있으시다면요?
A.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요. 빠짐없이 다 해봤으면 해요. 사실 혼자서 그런 상상을 많이 하기도 해요. 저 사람이랑 테이블에 앉아서 맘프로젝트 때처럼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Q. 치유활동가님이 생각하는 ‘공감’은 무엇인가요?
A. 듣는 거죠. 잘 듣고, 또 잘 물어봐야죠. 그러면 공감은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공감해봐야지’ 하고 억지로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은 100% 바로 알아채요. 진심을 다해 듣고, 궁금해하면 그냥 공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나게 돼요. 한번은 속마음버스에 공감자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처음 보는 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어요. 잘 듣고 잘 질문했던 결과 아닌가 싶어요. 한번씩은 그 분이 잘 지내는지, 생각나기도 해요.
Q. 치유릴레이가 10년을 맞이했는데, 그 시작을 함께하신 분으로서 어떤 기분이 드세요?
A. 사실 되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거잖아요.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그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생각해요. 벌써 10년인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10년을 해왔을까 싶기도 하고,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해야겠다 싶기도 해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맘프로젝트의 원동력에 대한 의문점은 자연스레 풀렸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10년간 어떤 순간들을 지켜내고 이끌어내고 견뎌준 사람에 의해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또 다른 10년을 꿈꾸는 지금, 맘프로젝트가 다시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에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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